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핵심 정차역인 삼성역 개통이 늦어져 '정부 보상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연 책임을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 사이에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책임을 서울시로 돌려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서울시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시는 삼성역 문제에 대응을 자제하는 '로키'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구상권까지 거론되는 데는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누가 얼마만큼 책임이 있는지, 구상권 청구가 가능한지 판단하려면 GTX-A 사업 과정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개통 한달 예상수요 40%대…최대 수백억 손실 가능성
GTX-A는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을 잇는 노선으로 계획됐으며, 올해 3월 30일 수서∼동탄 구간이 우선 개통하면서 보상금 문제가 불거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개통 한달 이용객은 예측 수요의 43% 수준에 그쳤다. 이는 삼성역까지 노선이 연결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동탄 시민 상당수는 강남, 역삼, 선릉 등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는데, GTX-A 노선은 현재 삼성역이 아닌 수서역까지만 연결돼있다.
2018년 12월 국토부가 사업시행자 SG레일과 맺은 'GTX-A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 운정∼서울역 개통 시점부터 삼성역 개통 때까지 SG레일에 삼성역 미개통에 따른 운영이익 감소분을 지급해야 한다.
삼성역이 제때 개통하지 못해 발생하는 운영손실을 정부가 메꾼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역이 개통되는 2028년까지 보상금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있다.
하지만 수요 부진 원인은 복합적이며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6월 말 구성역이 개통되고 역사 접근성 등이 개선될수록 이용객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역-영동대로 연계개발…KTX 배제·법령 개정 겹쳐
개통 지연 원인은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통해 더 객관적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다.
문제의 시작은 2016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토부는 시와 영동대로 복합개발 업무협약(MOU)을 맺고 삼성역을 영동대로 개발과 연계해 개발하기로 했다. 당시 완공 목표는 2021년으로 제시했다.
시는 2017년 8월 기본계획 수립을 마치고 2018년 2월 기본설계에 착수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문제가 불거졌다.
국토부가 2019년 2월 경제적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광역복합환승센터에서 KTX를 빼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KTX 노선 배제 요청으로 시는 기본설계 재설계에 들어갔고 그 과정에 10개월이 걸렸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2시간 근무 제도가 적용돼 공공 건설공사의 기간 산정기준도 바뀌게 된 것이다.
새 기준이 적용돼 공사 기간은 총 65개월에서 86개월로 21개월이 늘어났다.
또 기본계획 설계 과정에서 과소 반영된 공사 기간을 현실화해 9개월이 늘어났다.
아울러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간 총사업비 협의가 지연돼 착공도 늦어졌다.
KTX 배제 요청과 재설계로 이어진 과정, 공사 관련 법 개정은 시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보고서에는 시의 소관 영역을 언급한 부분도 있다.
시는 영동대로 개발을 위해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대신 기본설계에만 22개월이 걸리는 국제설계공모를 결정했는데, 감사원은 복합환승센터를 철도시설로 간주해 턴키 입찰로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시는 복합환승센터는 건축물로서 국제설계공모 우선적용 대상 사업이고 법령에 따라 국제공모를 했다는 입장이다.
시가 국제설계공모와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을 통해 제시한 개통 목표 시기는 2023년 말이었으며, 현재 삼성역 미개통은 국제공모 탓은 아니라는 것이다.
◇ 부담해결 해법은…시 "합당한 대응" 강조하면서도 "긴밀협력"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에게 운영수익 감소분을 보전해주기로 한 협약의 당사자가 아니다.
국토부의 구상권 청구 관측도 있지만, 미개통의 주된 이유가 정부의 정책 변경과 법령 개정이란 점을 고려하면 청구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GTX-A 전 구간이 개통되지 않았고 수요도 안정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금 규모를 책정하기도 쉽지 않다.
저작권자 ⓒ 아이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